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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강 <오늘이> 설화 / 조현설 [조현설의 아시아 신화로 읽는 세상](16) 부족한 존재들의 서로를 채우려는 몸짓…그것이 진정한 ‘오늘’ 입력 : 2018.04.19 21:04 수정 : 2018.04.19 21:05 오늘이, 그 이름의 비밀 이성강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2005)에서 매일이와 장상이가 만나는 장면이다. 오늘이가 길에서 만난 이들은 그에게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오늘이는 이를 하나하나 해결해주면서 신녀, 즉 무녀가 된다. 신의 이름에는 비밀이 있다. 천신(天神)을 풀면 ‘하늘님’인데 우리 신화에서 하늘님의 다른 이름에는 환인·천지왕·옥황상제 등이 있다. 환인은 불교의 ‘석가제환인다라(釋迦提桓因陀羅)’에서 왔고, 옥황상제는 도교에서 왔고, 천지왕(天地王)은 무교(巫敎)에서 하늘님 대신 사용하는 이름이다. 몽골을 비롯한..
이육사와 포항, 청포도 [이육사와 포항] 3. 청포도 곽성일 기자 승인 2019년 08월 20일 20시 14분 지면게재일 2019년 08월 21일 수요일 15면 댓글 0 기사공유하기 프린트 메일보내기 글씨키우기 청포 입고 돌아온 해방 혁명가 귀한 손님 맞이할 기쁨의 노래 포항 호미곶에 위치한 이육사 청포도 시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청포도’는 이렇게 ‘내 고장 7월’로 시작한다. ‘7월’이란 시간은 육사의 인생에서 몇 번 중요한 계기로 등장한다. 그가 중국 난징에 있는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를 졸업하고 난징 시내에 체류하던 시기 ‘시경’의 ‘빈풍칠월(빈風七月)’이란 시가 새겨져 있는 인장을 구입했다. 그해 ‘7월’ 15일 샹하이에서 귀국하기 직전 열린 ‘최후의 만찬’에서, 육사는 ‘목숨 이외에 사랑..
나에게만 초점을 맞추면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박진영 우울증상을 보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뭘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나, 나의, 나를 등 ‘나’와 관련된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다.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과제를 주고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평균 이하의 성적을 거두었다는 피드백을 준다. 다른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평균 이상의 성적을 냈다는 정보를 준다. 즉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성공을, 다른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실패를 맛보게 한다. 그러고나서 글을 쓰게 하거나 어떤 글에 ‘나’와 관련된 단어들이 몇 개나 나오는지 세어보라고 한다. 그러면 우울하지 않은 사람들은 실패했을 때보다 성공했을 때 더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패했을 때보다 성공했을 때 나, 내가, 나를 같은 단어를 많이 쓰고 나와 관련된 단어들을 ..
붕괴된 공동체, 뒤르케임에게 물어보다/ 김창훈 붕괴된 공동체, 뒤르케임에게 물어보다 [인문견문록] 에밀 뒤르케임의 김창훈 민족미래연구소 연구실장 2019.08.04 02:40:58 일본이 한국을 향해 경제 전쟁을 시작한 이후 사람들의 반응들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사이트를 들어가 봤다. 대부분 일본의 부당함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여성혐오사이트에서는 일본 제품 구매를 독려하는 글이 많았다. 신기했다. 여성혐오사이트를 반대하는 남성혐오사이트에 가보았다. 비슷했다. 지향점이 다른 두 개의 사이트에서 동일하게 한국 사회를 증오하고 있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혐오하는 이들,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본의 극우는 한국을 혐오하고, 한국의 극우도 한국을 혐오한다. 이웃을 혐오하는 것은 자신의 공동체에 대한 최소한의 귀속의식이 있음을 의미한다. 일..
청년을 살해하는 나라/ 김현수 - 기업 살인법 제정과 제대로 된 청년 일자리 정책을 촉구하며 얼마 전 찾아온 한 청년의 호소는 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 그는 20대 초반부터 줄곧 온갖 시험과 자격증, 아르바이트와 학원을 전전하며 살았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30대 초반이 된 지금, 여전히 공공 분야의 비정규직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도 1년을 일하고 나면 근무를 더 계속할 수는 없는 터라 곧 다른 직장을 알아보아야 한다. 청년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나눈 뒤에 그만하고 싶다는 의미가 꼭 죽고 싶다는 뜻은 아니라고 확인하고서야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그는 죽고 싶을 만큼 괴롭고 자신을 비롯하여 부모, 사회를 깊이 원망한다는 이야기를 토해내었다. 3..
비대해진 자아는 자신을 위험에 빠트린다/ 박진영 미국에 살면서 왜 총기난사범들은 다수가 백인인지가 궁금했다. 오랜 시간 동안 수탈당해온 흑인들이 백인을 미워해서 혐오범죄를 저지르는 쪽이 더 자연스러울 거 같은데 왜 혐오 범죄를 저지르고 특히 불특정 다수를 살해하는 행위는 백인들이 더 많이 하는 걸까? 오랫동안 교육의 기회나 투표권도 갖지 못한 채 착취당해온 것은 흑인들이요 아직도 주류 사회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백인이다. 정작 억울해하고 피해의식을 느껴야할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상대적으로 특권을 누려온 사람들이 더 억울해하고 더 피해의식이 심한걸까? 비대한 자아의 해로움 혐오범죄나 폭력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일 것이라는 통념이 있지만, 실제 연구들에 의하면 정답은 그 반대다(Baumeister et al., 1996)..
한 소녀의 용기가 세계를 움직였다 열네 살짜리 파키스탄 소녀가 세계를 분노에 떨게 하고, 울리고 있다.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는 학교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BBC 방송 블로그를 통해 공부할 권리를 주장했다. 11세 때부터 3년째 그 소박한 소원을 세상에 알려왔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소녀의 기원은 그러나 탈레반의 비위를 건드렸다. 소녀가 살고 있는 파키스탄 서북부 스와트 밸리 지역은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는 시골이다. 탈레반은 이 지역에서 학교를 폭파하고 소녀들의 취학을 전면 금지했다. 소녀는 탈레반의 엄명을 무시하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학교에 다녔다. 그러면서 모든 소녀가 자신처럼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국제 사회에 호소했다. 블로그를 통해 탈레반의 만행도 동시에 알렸다. 그가 전하는 파키스탄..
듣기 수업 “귀 기울여 들으면 마음도 헤아리게 되죠” 말길 마음길 열어주는 공부, 안동 국어 선생님들과 제자들 두 귀만 있으면 당연히 듣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교사들은 학생들의 ‘듣기’를 우려했다. 요즘의 아이들은 자기 이야기만 할 줄 알지 상대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관심이 없다고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듣는다’는 것에 대해 너무 소홀했던 건 아닐까? 듣는 능력 또한 읽기, 쓰기처럼 교육을 통해서 기를 수 있지 않을까. 경북 안동 예천 지역의 국어 교사들, 김두년(60), 김명희(56), 강상호(49), 이림(46), 추선화(31)씨는 그렇게 2004년부터 ‘듣기’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학생을 탓하기 전에 교사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마음으로 듣기까지, 그 속에서 변화된 ..